2009년 최고의 기대작이자 흥행작이었달까. 나도 흐름에 동참해 정품도 사서 12월 11일부터 1월 4일까지 열심히 플레이해 클리어했다. 성격상-_- 거의 모든 사이드 퀘스트까지 완수하느라 첫 클리어까지 좀 오래 걸린 편이었다. 게다가 모든 동료와의 사이도 킹왕짱 좋았고-_- 가능한 모든 동료와도 사랑을 나눴다(3명-_-). 뭐 워낙 대작이고 공략을 다룬 국내 사이트도 많으므로, 길게 쓰지는 않겠다.
총 플레이 시간이 82시간......
도시엘프 로그 여성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외모를 세세하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서 이상형(?) 얼굴로 만들었는데, 게임 시작하고 나서 보니 동료 레리아나랑 얼굴이 닮아서 좀 짜증이 났다-_-
분명 칼을 두 개 들고 있는데 활과 화살을 든 것으로 나온다
네버윈터 나이츠 시리즈를 떠올린다면, 드래곤 에이지는 굉장히 안정적인 게임이었다. 거의 30프레임 고정이었고(라데온 4850 안티 비방 포함 풀옵) 숲 같은 지역 외에서는 프레임이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시스템상 버그도 거의 없는 편이나, 위 스샷 같은 사소한 버그가 몇 번 목격되긴 했다. 물론 Ancient Elven Boots를 찾을 수 없다거나 등의 유명한 스크립트 버그들은 다수 존재한다.
셰일 관련 DLC 완료
버그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동료를 교체할 때마다 아이템 세트 보너스 적용이 풀리기도 한다. 보통 무기 교체(q)를 한번 해주면 다시 보너스가 적용되지만, 셰일은 무기 교체를 할 수 없기에 크리스탈을 하나 뺐다가 다시 착용해야 보너스가 적용된다. 이런 사소한 문제는 패치로 곧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정품을 사면 동봉된 코드로 셰일 관련 DLC를 하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셰일이 무척 도움이 돼서 내내 데리고 다녔다(주로 위 스샷의 동료들로 파티를 꾸려 플레이했다).
원거리 무기가 진리
기본은 실시간 진행이지만 전투는 턴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존 D&D RPG들이나 지난번 다룬 [드라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이 점 때문에 [드라켄상]과 마찬가지로 원거리 무기를 활용하면 어려운 전투를 쉽게 끝낼 수 있기도 하다.
레리아나의 종교관(?)을 비꼬는 앨리스터
동료들끼리 티격태격하는 대화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데, 이런 모습은 [드라켄상]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그러나 물론 대사량은 [드래곤 에이지]가 압도적으로 많다.
블리자드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하다!
전투 중에 죽은 파티원은 전투가 끝나면 알아서(?) 부활한다. 그러나 부활시 부상에 대한 페널티를 입은 상태로,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점도 [드라켄상]과 완전 같다. 단, [드라켄상]에서는 지천에 널린 약초로 부상을 치료할 수 있지만, [드래곤
에이지]에서는 채집한 약초를 부상 치료에 바로 사용할 수 없고, 연금술 기술로 제조한 포션으로만 부상을 치료할 수 있다.
레리아나와 자매 아니냐능
동료들과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시스템 또한 매우 신선한 요소였달까. 레리아나와 제브란은 양성애자 동료로서, 주인공 성별과 무관하게 연애할 수 있는 동료다.
제브란과는 일단 원나잇으로 연애가 시작된다
물론 원나잇을 보내는 것과 진지한 연애는 구분된다. 여러 명과 관계를 가질 수는 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졸라_짱_센 각스캉
[드래곤 에이지]가 차세대 RPG로 평가받는 이유로 '자동 레벨업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게임도 다른 많은 RPG처럼 스토리와 메인 퀘스트를 따라 진행되지만, 그 흐름은 단선적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순서가 결정된다. 어떻게 보면 이마저도 그리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드래곤 에이지]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파티에서 제외된 동료들뿐 아니라 적 또한 자동으로 레벨업을 한다는 점이다(추가: 알고 보니 [세이크리드 2]도 유사한 시스템). 다른 비선형 RPG에서는 어려운 적을 마주쳤을 때 나중에 내 레벨을 팍 올려서 다시 찾아가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드래곤 에이지]에서는 지금 나보다 레벨이 높은 적은 나중에 다시 찾아와도 여전히 나보다 레벨이 높다-_- 이 때문에 비선형 RPG임에도,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만들어 싹쓸이하는 식의, 게임의 재미를 망치는 플레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위 스샷의 구속받지 않는 자 각스캉(Gaxkang the Unbound, '객스캥'이 맞지 않을까 싶은데)은 최종 보스 아치데몬(Archdemon) 뺨칠 정도로 강한 적으로, 초중반 등장하는 망령(Revenant)들보다 300배는 더 무서운 놈이었다.
위더팽 혹은 숲의 성모
주인공은 다크스폰과의 전쟁(Blight)에 맞서기 위해 여러 세력을 자기 편으로 모아야 하는데, 그중에는 달리시엘프와 늑대인간처럼 양립할 수 없는 세력도 있다(드워프 세력 또한 마찬가지). 나는 숲의 성모(the Lady of the Forest)를 꼬시기 위해 늑대인간을 도와 달리시엘프를 전멸시켰다(그러나 동료로 꼬실 수 있는 NPC가 아니었다는...orz). 이 게임은 D&D 룰을 따르지 않으므로, 선악 가치관 따위 없다. 그럼에도 우려(?)와 다르게 이렇게 재미있는 걸 보면, 반대로 지금까지의 RPG들에서 가치관 시스템이 게임의 재미를 살리는 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얼린 물체는 깨지기 쉽다. 인간도 마찬가지.
마법 시스템을 보면, 몇 가지 마법이 연계된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상대를 얼린 다음에(Cone of Cold 등) 큰 대미지를 주면(Stonefist) 상대는 깨져서(!) 죽게 된다(Shattering 효과). 이렇게 연계되는 마법 조합이 총 10가지나 있어, 다음에는 한번 꼭 마법사로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및 주인공)의 전술을 지정할 수 있다
파티원의 AI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전술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멀티플레이 지원이 빠지는 대신 싱글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시도일지도. 또한 정품 유저는 바이오웨어 소셜사이트에 계정을 만들어 게임에서 자동으로 찍히는 스샷을 그곳에 올린다거나 할 수도 있다. 여러 게임 통계도 그곳에 자동으로 업로드된다. 근데 솔직히 별로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고 본다-_-
후반부쯤 오면 오거 따위 더는 무섭지 않다
여러 시스템적인 우월함을 떠나서, 무엇보다 액션 RPG와 정통 RPG를 이만큼 훌륭하게 결합한 게임은 지금껏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하다. 정통 RPG의 미래는 무엇인가, 게임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인가, 패키지 게임은 이제 죽었는가? [드래곤 에이지]에서 이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게임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게임이지만, D&D 룰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하고 싶다. 굳이 D&D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D&D룰을 대체할 그보다 깊이 있는 시스템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종족과 클래스(전문화 클래스 포함), 스킬과 특기가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 그 점을 알면서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기에 어느 정도 기대는 했건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 전문화 클래스가 스토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이오웨어가 스토리와 자유도 사이에서 스토리를 선택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아직 시작, 오리진에 불과하므로 후속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