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부터 플레이해서 8월 4일에 클리어. HOMM류의 턴방식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는 [에이지 오브 원더스]나 [디사이플즈] 시리즈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나 역시 그랬고, 에이지 오브 원더스 2와 디사이플즈 2를 잠깐 해보기도 했다. 이번 디사이플즈 3는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이의 기대를 모았...지만, 껍데기를 벗겨보니 진심으로 별 볼일 없는 게임이었다. 사실 일기 쓰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울 정도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써보겠다. 우선 첫 번째 캠페인부터.
턴방식인 월드맵 화면은 대충 이렇다. HOMM 5와 비슷하다.
권장 순서대로 진행하면 첫 캠페인은 제국(Empire) 진영이다. 초반 인상은 그래도 괜찮았다. 스토리도 왠지 흥미로웠고.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선녀-_- 이노엘(Inoel)을 찾아 확보하는 것이 일단은 첫 캠페인 주인공 램버트(Lambert)의 임무다. 위 스샷이 월드맵 화면이고 나는 일단 램버트가 리더인 부대 하나만으로 진행했다. 리더를 더 고용해 부대를 늘릴 수도 있는데, 중반쯤 가면 램버트가 워낙 강해져 별 의미가 없다. 괜히 시간만 잡아먹음.
파티/인벤토리 화면. 그래픽이 뽀샤시한 건 인정해야 한다.
이노엘을 찾으면 힐러로서 파티에 합류한다. 파티원은 리더(주인공 램버트)의 리더십 수만큼만 채용할 수 있는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위 스샷처럼 리더십을 초과해 파티원이 늘어날 때가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버그가 쥰내 많다. 이 정도 버그는 애교. 심지어 원래 움직일 수 없는 성이나 자원의 수호자를 파티에 합류시켜 데리고 다닐 수도 있다.
이것이 전투 장면. HOMM 시리즈나 킹스바운티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월드맵과 전투 모두 턴방식이다. 전투 시에는 각 유닛이 주도권(initiative)이 높은 순으로 턴을 잡는다. 줌 기능을 켜면 공격할 때 가까이서 보여주기도 하고 뭐 그렇다. HOMM 5 등 그런 게임을 생각하면 됨. 전투 화면이나 월드맵에서 턴 넘길 때 가끔 좀 끊기는데(콘로 3기가, 라데온 4850 풀옵) 턴방식이라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한 가지 웃기는 건 몇몇 아이템(몇 턴간 또는 영구 능력치 상승 포션 등)은 오직 위위 스샷의 인벤토리 화면에서 캐릭터에게 드래그하는 방식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투 화면에 들어가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능. 처음엔 이걸 몰라서 비싼 포션 다 날렸다. 황당하게도 다음 판(act)으로 가면 포션이 다 사라지거든-_- 더 허무한 건 한 판에서 내가 고용해서 애지중지 키운 유닛들이 다음 판으로 가면 미리 정해진 1레벨짜리(후반 가면 좀 높아지긴 한다) 유닛들로 싸그리 바뀐다는 거. 따라서 유닛에게 투자할 필요는 전혀 없다. 리더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주인공 리더 외에 별도로 고용한 리더는 이후 판에서도 다시 고용할 수 있다. 말도 안 되게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저 세이브 파일들은 대체 몇 번째 턴일까?
이 게임은 버그도 쥰내 많거니와 불편하기도 오지게 불편하다. 자동 저장은 어느 기준으로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저장할 때 파일명을 안 바꾸면 위 스샷처럼 판 이름이 길 때는 턴수가 보이지 않아 어느 파일이 어느 파일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저장된 파일 목록이 abc 순으로 나오므로 파일명을 안 바꾸면 가장 최근에 저장한 파일이 제일 밑으로 간다는 사실-_- 그래서 나는 위 스샷처럼 파일명에 공백을 삽입해 맨 위에 뜨게 했다.
이런 버그도 물론 애교.
이 게임의 문제는 위 스샷과 같은 사소하고 일상적인-_- 버그 외에도, 무엇보다 게임성이 '얕다'는 데 있다. 스토리에는 분기점이나 선택지가 전혀 없고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만 존재하는데, 어쨌든 서브퀘스트 몇 개 깨고, 던전도 다 깨고 하다 보면 주인공 먼치킨 만들기가 쥰내 쉽다는 거. 게다가 어떤 판이든 성 먹고 자원(HOMM 시리즈와 개념이 같다) 좀 먹고 그냥 턴만 넘기며 돈을 모아도 아무 제재도 가해지지 않는다. 정해진 턴에 다른 진영의 AI 부대가 쳐들어오긴 하는데, 대개는 아무 문제 없이 사뿐히 밟아주면 된다. 이렇게 돈을 쥬낸 모은 다음에는 훈련소(training camp)-_- 찾아가서 리더 레벨 쭉쭉 올리면 망고땡. 물론 훈련소가 판마다 있는 건 아니고, 사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서브퀘스트까지 다 깨고 돌아다니면 어차피 돈이나 자원은 남아돌게 된다. 성에 지을 건물(빌드 트리. HOMM 시리즈와 유사하다)은 제한되어 있고, 유닛은 한번 고용하면 그만이라 돈 쓸 데가 없거든. 포션 상점이 있다면 영구 능력치 상승 포션을 쥰내 사서 리더에게 먹여주면 되겠다. 물론! 돈도 자원도 다음 판이 되면 리셋된다-_- 따라서 판을 깨기 직전에 가진 돈을 전부 현물-_-로 바꿔놓길 권한다(단, 포션은 안 된다-_- 없어지니까-_-). 그러고는 다음 판 시작하자마자 싸그리 팔면 되거든.
크라켄에 닭벼슬이?;
분명 게임성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지만, 캐릭터 디자인은 좀 흥미롭다. 크라켄(Kraken)이라든가 티아맷(Tiamath. 끝에 h는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 같은 몬스터가 등장하는 게임이 흔치는 않으니까. 게다가 세 번째 캠페인(혹은 그 이전에도 있는지 모르겠다)에서는 이들 유닛을 고용할 수도 있다!!! (물론, 예상대로, 판 초반에 이런 유닛을 대거 고용하면 그 판은 그냥 껌이 된다.)
드래곤조차 이젠 그냥 껌.
주인공 리더들은 레벨업에 따라 많은 스킬이 제공되는데(스킬 트리를 따른다) 이를 잘 이용하면 전투가 굉장히 수월해진다. 물론 없어도 이미 먼치킨이긴 하지만;; 하여간 판 하나를 깰 때쯤이면 긴장도 전혀 없고 그저 지루할 따름이다. 게다가 이제껏 키운 유닛이 다음 판이면 없어질 걸 생각하면 키워서 뭐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_-
첫 캠페인 마지막 판의 마지막 직전.
여하튼 단선적인 스토리를 따라 램버트는 이노엘이 가자는 대로 천상으로 가는 포탈로 향한다. 도중에 무수한 전투를 겪는데, 반대 진영인 죽음의 무리(Legion of Death)와 엘프 연합(Alliance of Elves)과의 전투가 주를 이룬다. 특히 죽음의 무리는 이노엘을 빼앗는 데 혈안인데, 분명 이노엘을 이용해 세계를 멸ㅋ망ㅋ시킬 목적인 듯. 죄 없는 중립 유닛들(곰, 늑대, 고블린, 농부-_- 등)은 레벨업의 희생양으로 무수히 쓰러지고-_- 한편, 이노엘을 마녀라고 주장하는 이단심판관(Inquisitor)들도 끈질기게 램버트를 따라온다. 마침내 포탈까지 온 순간, 킹왕짱 강한 죽음의 무리들이 나타나고, 결국 램버트는 이노엘을 빼앗긴다. 여기까지가 첫 캠페인.